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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지난 기억'을 '추억'이라고 부를까? – 기억과 감정의 과학

by 마음이랑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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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지난 기억을 추억이라고 부를까? – 기억과 감정의 과학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시간들, 그건 단순한 감상일까?
다니엘 카너먼, 조지프 르두, 베르그송의 이론으로 풀어보는 ‘추억의 과학’.

 

 

CHAPTER 1.
그땐 몰랐다,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걸


가끔 오래된 사진을 보다 보면,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
밤새 야근하고, 매일 실수하며 자존심이 무너졌던 날들도 있었는데,
기억 속의 나는 웃고 있고, 그 시절을 떠올리는 마음은 어딘가 따뜻하다.

분명 힘들고, 자존심 상했던 기억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참 좋은 시절이었구나’라는 이 감정.
우리는 왜 이런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게 될까?

 

‘기억하는 나’와 ‘살아가는 나’는 다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 안에는 두 개의 자아가 있다고 말했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아는 피곤하고 불안하며 감정의 진폭이 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기억하는 자아’로 그 시절을 다시 정리한다.
이때 기억은 실제보다 덜 아프고, 조금 더 따뜻하게 편집된다.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이 있었을 때,
경험의 절정과 마지막 순간이 좋았던 사람이 훨씬 더 ‘좋은 기억’을 남긴다는 것.

즉, 기억은 전체 경험이 아니라, 감정의 순간을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뇌는 고통보다 감정을 기억한다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현상은
단순한 미화가 아니다.
우리 뇌의 기억 저장 방식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심리학자 에드 디너(Ed Diener)는 연구를 통해

인간은 긍정적 감정을 평균화하여 과거를 회상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즉, 당시에는 스트레스와 긴장, 불안이 있었더라도,
몇 개의 따뜻한 장면이나 웃음의 기억이 전체를 ‘좋았던 시절’로 변환시킨다.
뇌는 매 순간의 모든 감정을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강렬한 감정 중심의 장면만 뽑아내 '하이라이트 재생'을 한다.

이것이 바로,
추억은 감정이 미화된 기억이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가능한 이유다.

 

우리는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안다

지금 이 순간은 무겁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거나, 견뎌내는 대상으로만 본다.
하지만 나중에 이 시간을 회상할 때,
기억 속에는 지금의 복잡함이 아닌
어디선가 웃던 얼굴, 문득 들려온 노래, 퇴근길의 따뜻한 공기만 남아 있을 것이다.

기억은 정확성보다 정서적 의미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그리고 그 정서가 충분히 농도 짙었다면,
그 시절은 우리에게 ‘좋았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지금이 힘들어도 괜찮다.
이 순간조차도, 언젠가는
“참 좋았지, 그때”라고 말하게 될 테니까.

그땐 몰랐지만,
추억은 언제나 시간의 거리를 두고 완성되는 감정의 예술이다.

CHAPTER 1.그땐 몰랐다, 그 시절이 참 좋았다는 걸

 

 

 

CHAPTER 2.
뇌는 기억을 조작한다 – 추억이란 편집된 감정


어떤 기억은 오래도록 선명하다.
첫사랑이 웃던 얼굴, 수능 날 아침 공기의 냄새,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 냄새.
그 순간은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 떠올려도 마치 어제처럼 또렷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더 최근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오래된 감정은 더 선명해지는 이런 현상.

그것은 언급한대로, 우리 뇌가 기억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영상이 아니라 편집된 감정 클립에 가깝다.

 

감정은 기억의 '하이라이트 편집자'다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는 인간의 ‘감정기억’을 연구한 선구자다.
그는 감정이 뇌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의 상호작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 편도체는 공포, 슬픔, 설렘 같은 감정을 먼저 감지하고,
  • 해마는 그 감정과 함께 장면을 ‘이야기’처럼 저장한다.

즉,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 대부분은 강한 감정이 실린 순간만 저장된 결과다.
시험 공부를 몇 달 했더라도 기억에 남는 건
결과 발표 직전의 두근거림이나, 울컥했던 한순간뿐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뇌가 감정이 실린 장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정확한 재생’이 아니라 ‘창의적 재구성’이다

신경과학자 제임스 맥거(James McGaugh)는 감정이 기억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는 스트레스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격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기억을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선명하게 회상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뇌가 도파민, 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기억 저장 과정에 강한 ‘강조 효과’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강조는 ‘정확성’이 아니라 ‘강렬함’에 기초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실제보다 더 아름다웠던 첫사랑,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이별,
과장된 장면을 ‘진짜’라고 믿는다.

기억은 있던 그대로가 아니라, 뇌가 감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조각들만 모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걸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남긴다

대부분의 일상은 잊힌다.
어제 먹은 점심이 기억나지 않는 것도,
5년 전 출장지 호텔의 방번호를 떠올릴 수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전체 경험의 90% 이상을 삭제하고,
그 중 감정적으로 의미 있거나 반복적으로 떠올린 것만 저장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따뜻했다면,
기억은 미묘한 감정 필터를 입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추억이란 뇌가 만들어낸, 감정 편집본의 제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추억은 언제나 ‘조금 더 아름답다’

가끔 우리는.
“그땐 힘들었지만 좋았어.”
“그 사람과의 추억은 지금도 가끔 생각해.”
그런 말이 가능한 건,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사실과 감정을 따로 저장하지 않는다.
감정이 실린 사실만 남기고, 나머지는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좋았던 느낌만 기억하면서,
‘추억’이라는 감정의 허상을 진짜라고 믿는 것이다.

 

추억은 진실일까, 왜곡일까?
아마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뇌는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부분만 남겨준다.
그건 과거를 살아낸 사람에게 주는,
기억이라는 보상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CHAPTER 2.뇌는 기억을 조작한다 – 추억이란 편집된 감정

 

 

 

CHAPTER 3.
지금 이 순간은 왜 추억이 아닐까 – 추억을 만드는 감정의 조건


햇살 좋은 오후, 익숙한 골목길을 걷는다.
분명 아름다운 장면인데도, 마음속에는 감동보다는 습관처럼 흘러가는 일상만이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한참 후에야 문득 떠오른다.
‘아, 그때 그 골목길… 그때가 좋았지.’

분명 지금도 나름대로 괜찮은 순간인데,
왜 우리는 ‘지금’을 추억처럼 느끼지 못할까?

 

시간은 ‘양’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다 –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시간에 대해 전혀 다른 정의를 내렸다.
그는 시간은 초 단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농도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그는 ‘지속(durée)’이라 불렀다.

  • 물리적 시간: 시계가 재는 숫자
  • 심리적 시간: 뇌가 기억하는 감정의 깊이

예를 들어, 단 3분의 대화가 평생 기억에 남기도하고,
3년의 일상이 한 문장으로 압축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건 ‘얼마나 오래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흔들렸느냐’다.

지금 이 순간이 추억이 되지 않는 건,
감정의 밀도가 아직 농축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감정은 과소평가된다 – 대니얼 길버트의 감정 예측 오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감정 예측 오류(Affective Forecasting Error)’ 개념을 통해 말한다.

“우리는 현재 느끼는 감정을 과소평가하고,
과거의 감정은 과장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즉, 지금의 행복은 흐릿하게 느껴지고,
예전의 감정은 필터가 씌워진 듯 더 또렷하고 아름답게 떠오른다.

왜 그럴까?
지금의 감정은 진행 중이라서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감정은 끝난 이야기로서, 의미를 덧붙이고 구조화할 수 있다.
이것이 추억의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언가 스쳐 지나가고 있다.
누군가의 얼굴, 향기, 빛, 말투, 눈빛…

그건 아직 ‘추억’이 아니지만,
기억 속 의미가 붙여진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추억은 과거에서 생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안에서 생성 중이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지금 이 감정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를 자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추억의 감각’을 확장하는 법이다.

 

추억은 ‘시간이 흐른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머문 시간’이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추억은 시간이 지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붙은 감정이 축적되어 생기는 것이다.
  • 추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형성되는 감정의 밀도다.
  •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의 내가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 당신이 있는 이 자리,
누군가와 나누는 말, 바라보는 풍경,
그 모든 것이 언젠가
“그땐 참 좋았지”라고 말하게 될 장면이다.

그러니 오늘을 살아내는 이 순간이,
벌써 추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대한 감정을 실어 오늘 하루를 살아내면 한 순간도 잊히지 않고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CHAPTER 3.지금 이 순간은 왜 추억이 아닐까 – 추억을 만드는 감정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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