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의 비리와 캄보디아 납치 사건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심리적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우리는 왜 부패를 잊고, 범죄를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보는가?
뇌과학과 행동심리학이 말하는 한국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공유한다.
Chapter 1.
청계천의 재탄생, 아름다움의 시작은 부패였다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개천의 정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조선 태종 때부터였다.
태종은 즉위 초인 1406년부터 1407년까지 하천의 바닥을 파내고 넓히며, 양쪽 둑을 쌓는 등 여러 차례 정비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공사는 완전하지 않아 큰비가 내릴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었다.
이에 1411년, 태종은 하천 정비를 전담하는 임시기구인 개천도감(開渠都監)을 설치하고,
이듬해 약 5만여 명의 인부를 동원해 대대적인 개천 공사를 벌였다.
양안은 돌로 쌓고, 광통교와 혜정교 같은 다리를 돌다리로 바꾸며 오늘날 청계천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개천(開川)’이라는 이름은 본래 ‘내를 파내다’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이 시기 공사를 계기로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청계천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났다.
청계천은 본래 서울의 산업화와 함께 자라난 생존의 강이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 팽창과 함께 하천은 쓰레기와 오수로 뒤덮였고,
1970년대에는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였다.
그 위로 고가도로가 세워지며, 청계천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서울의 심장은 그렇게 숨을 멈췄다.
2002년,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청계천 복원’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당시 청계고가의 노후화는 사실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정치적 이미지의 회복이었다.
이명박은 “물길을 되살리면 서울이 다시 살아난다”고 외쳤고,
도심의 혼잡과 환경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사람’이라는 상징을 만들고 싶어 했다.
공식적으로 청계천 복원은 ‘생태 회복’과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 하청 구조의 비리,
대형 건설사의 정치 후원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공사 초기에는 3,800억 원이던 예산이 추가 용역과 홍보비를 이유로 급증했고,
공정 과정에서는 설계사와 감리 업체가 반복적으로 교체되었다.
시민 의견을 반영한다며 수천 회의 간담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이미 ‘시장의 의지’로 내려진 상태였다.
이 사업은 당시 언론에서 “대권 프로젝트”라 불렸다.
이명박은 청계천 완공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웠고,
결국 2005년 완공식은 ‘정치적 쇼케이스’가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복원은 실제로 성공했다.
청계천은 서울의 상징이 되었고, 관광객은 늘어났고,
도심 상권은 되살아났다.
비리와 야망의 잔재 위에서, 한 도시의 자부심이 자라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청계천은 지금 ‘가장 깨끗한 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물길 아래에는 여전히 권력의 흔적이 잠들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 채,
맑은 물소리 속에서 도시의 죄책감을 씻어내고 있다.

Chapter 2.
인지부조화 — 부패를 알면서 감탄하는 우리의 뇌
캄보디아 납치 사건 관련자들 중 본국 송환을 거부한
내국인도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한명 한명이 아까운 청춘들을 납치해 감금 폭행한 중국 범죄조직과 그것을 비호한 캄보디아 정부와 같을 수는 없지만, 절대 무고하지도 않고,
묵과 해서도 안된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헤이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우리는 왜 부패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보며 감탄할까.
여기에는 인간 뇌의 생리적 반응이 숨어 있다.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가 제시한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믿음과 행동이 충돌할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거나,
‘불의 속의 정의’를 만들어내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청계천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이명박의 비리를 알고 있다.
그의 이름이 여러 범죄 기록과 재판, 구속으로 남아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을 흐르는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 빛나는 조명 앞에서 우리는 안심한다.
서울의 핫플이 된 청계천을 바라보며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만들어놨으니 다행이야.”라고.
이건 인지부조화가 만들어낸 합리화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인간의 시상하부와 측좌핵이 활성화된다.
이 영역은 쾌감과 보상을 담당하는 도파민 회로다.
즉, 청계천의 야경을 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쾌감’을 느끼고,
그 쾌감이 뇌의 판단 영역보다 먼저 작동한다.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전전두엽은 뒤늦게 반응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지만 부패의 산물이다”라는 판단보다
“그냥 좋다”는 감정이 앞서게 된다.
결국 우리의 뇌는 ‘진실’보다 ‘기분’을 우선한다.
청계천이 주는 시각적 보상은 불쾌한 정치적 기억을 무디게 만든다.
그 결과, 시민들은 과거의 비리나 권력 구조를 잊고
이제는 ‘서울의 자랑’이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도덕적 무감각의 시작이고,
민주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형태의 심리적 둔화다.

Chapter 3.
민주사회의 어두운 거울, 청계천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청계천은 단순한 도시 복원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사회의 ‘기억 상실’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사회에 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기억을 선택적으로 잊는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 불렀다.
악은 거대한 음모나 잔혹한 폭력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생각하지 않는 습관’ 속에서 자란다.
청계천은 바로 그 예다.
비리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이제는 시민의 휴식처가 되었다.
우리는 매일 그 길을 걸으며,
‘이 도시를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이 도시가 얼마나 예쁜가’를 먼저 말한다.
행동과학자 존 조스트는 인간이 사회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경향을
“System Justification”이라 불렀다.
즉, 불공정한 제도라도 안정적이라면
사람들은 그 속에서 안심을 느끼며 스스로 설득한다는 것이다.
청계천은 이 사회적 심리의 완벽한 거울이다.
우리는 부패의 구조를 ‘성공의 미학’으로 덮었고,
그 덮개 아래에서 민주주의의 윤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청계천을 다시 본다.
그 맑은 물은 사실 정치적 세탁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을 걷는 시민의 무의식 또한
도시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인정해야 한다.
청계천은 우리 사회가 가진 집단적 무감각의 산물이며,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그림자다.
우리가 청계천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도덕을 잊고,
얼마나 빨리 ‘결과로 과정을 미화하는가’에 대한 증거다.
결국 이 물길은 도시의 미학이 아니라,
시민의 기억 윤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 마치며...
청계천은 오늘도 빛나고 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정의의 결과가 아니라,
도덕적 피로가 만든 착각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 물길을 걸을 때마다,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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