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마켓 평점에 신경 쓰는 사람들의 도파민 중독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한다. 온라인 평가 불안증부터 디지털 정체성 문제까지, 뇌과학이 밝힌 중고거래 심리의 모든 것.
당근 온도 36.5도가 내 자존감?
중고거래 중독의 뇌과학적 진실
가끔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새로 사긴 부담스럽고, 있으면 편리할 만한
그런 품목들이 주로 거래 대상이다.
해서 큰 금액이 아니니 후기나 당근 온도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았았다.
그럼에도, 가끔 들여다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돈 줄게, 당근 아이디 팔아"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높은 당근 온도와 좋은 후기들이 달린 당근마켓 계정을 수십만 원에 거래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중고거래 앱 계정을 왜 돈 주고 사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판매자의 온도와 후기였다.
36.5도 이하면 왠지 불안했고,
후기가 적으면 '혹시 사기꾼 아닐까?' 의심했다.
어느새 나도 당근마켓의 평점 시스템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당근마켓중독의 숨겨진 과학적 원리
도파민이 만드는 평점 중독 메커니즘
도파민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있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안나 렘키(Anna Lembke) 교수는
그녀의 저서 "도파민 네이션"에서
"현대인은 일상의 작은 보상에도
도파민에 중독된다"고 경고했다.
당근마켓에서 좋은 후기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처음 당근마켓에서
거래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짜릿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만족감을 느꼈다.
사용하지 않던 가방을 팔고
"깨끗하고 좋아요!"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그 기분. 마치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은 만족감이었다.
렘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좋은 결과'에 반응하는 호르몬이다.
당근마켓에서 예상보다 빨리 팔리거나,
예상보다 좋은 후기를 받으면 뇌는 강력한 보상 신호를 보낸다.
왜 36.5도에 집착하게 될까
MIT 게임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수치화된 평가 시스템은
인간의 경쟁 본능을 자극한다고 한다.
당근마켓의 온도 시스템이 바로 그런 예다.
36.5도라는 숫자가 왜 이렇게 중요할까?
인간의 뇌는 점수와 등급으로 표현된
사회적 지위를 실제 지위와 동일하게 인식한다.
온라인 게임의 레벨업과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실제로 나도 당근 온도가 35도대에서
36도대로 올라갔을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신뢰할 만한 거래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이는 우리 뇌가 온라인 평판을 실제 사회적 지위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정체성이 자아에 미치는 충격적 영향
온라인 나 vs 오프라인 나의 분열
MIT의 셰리 터클(Sherry Turkle) 교수는
30년간 디지털 기술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우리는
'디지털 페르소나'를 만들어
실제 자아와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고 한다.
당근마켓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평소보다 훨씬 정중하고 친절했다.
"안녕하세요~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럼
이모티콘까지 동원해가며 상냥한 척했다.
심지어 택배 포장도 평소보다 더 꼼꼼히 했다.
이건 나만의 경험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온라인에서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을 연출하려고 한다.
당근마켓에서는 '신뢰할 만한 거래자'라는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이다.
평점이 자존감을 좌우하는 뇌과학적 이유
하버드 대학의
매튜 리버만(Matthew Lieberman) 교수가
진행한 '사회적 뇌' 연구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거부를
물리적 고통과 동일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즉,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은 실제로 아픈 것과 같다.
"포장이 조금 아쉬웠어요"라는
후기를 받거나, 후기가 아예 없다면
그날 하루 종일 그 상황이 머릿속을 맴돌게된다.
실제로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찝찝했을까?
리버만 교수의 연구로 보면, 이때 내 뇌에서는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이 부위는 물리적 고통을 느낄 때도
활성화되는 곳이다.
그러니까 나쁜 후기를 받는 것은
정말로 '아픈' 경험인 셈이다.
반대로 좋은 후기를 받으면
옥시토신이라는 '사랑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는 포옹이나 스킨십을 할 때
나오는 것과 같은 호르몬이다. 당근마켓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과학적으로 당연한 반응이었던 것이다.

중고거래심리에 숨은 인간의 원시 본능
신뢰 구축의 진화심리학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평판'을 통해 생존해왔다고 한다.
좋은 평판을 가진 사람은 부족 내에서
더 많은 자원과 협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이런 원시적 본능을 디지털 시대에 재현한 것이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저 사람은 거래를 잘해"라는 소문이 돌았다면,
지금은 온도와 후기로 평판이 수치화된 것뿐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 거래할 때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안전한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한다.
프로필 사진은 어떤지, 동네 인증은 되어 있는지, 다른 거래 후기는 어떤지...
이 모든 것이 원시 시대부터 이어져 온
'신뢰 구축' 과정의 현대적 버전이다.
왜 당근 아이디를 돈 주고 사려 할까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제시한 '사회적 증명의 원리'가 여기서 작동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한 것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높은 온도와 많은 좋은 후기가 달린 당근 계정은
그 자체로 '사회적 증명'이다.
"이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신뢰했으니
나도 믿을 수 있겠구나"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계정이 매우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데 몇 개월이 걸리는 일을,
기존 계정을 사면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디지털 시대에 평판은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평점스트레스가 현대인에게 미치는 영향
온라인 평가 불안증의 실체
캘리포니아 대학의
래리 로젠(Larry Rosen) 교수가 진행한
디지털 스트레스 연구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현대인의 76%가 온라인 평가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유튜브의 구독자 수,
그리고 당근마켓의 온도까지.
우리는 하루 종일 평가받고 있다.
나도 당근마켓에 물건을 올리고 나면 은근히 신경 쓰인다.
'얼마나 빨리 팔릴까?', '좋은 후기를 받을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한 번은 당근 온도가
떨어진 것을 보고 진짜 속상했다. 37도에서 36.5도로 내려갔는데,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혹시 마지막 거래에서 실수한 게 있나?' 이런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다.
코르티솔 분비와 만성 스트레스
스탠퍼드 대학의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 교수의
스트레스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평가 불안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만성적 분비를 유발한다고 한다.
코르티솔이 계속 분비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우울감까지 생길 수 있다.
단순히 당근마켓 온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몸에도 안 좋다는 얘기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에 대한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작은 스트레스들이 누적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당근마켓 같은 평점 시스템은
24시간 우리를 따라다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당근마켓 거래 후 몇 주 동안
후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고 한다.
'혹시 뭔가 문제가 있었나?', '나쁜 후기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디지털 거래 문화 만들기
과학이 제시하는 해결책들
하버드 의대의 신경과학자
주다슨 브루어(Judson Brewer) 박사는
그의 저서 "습관의 뇌과학"에서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핵심은 '메타인지', 즉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나도 요즘은 당근마켓을 사용할 때
이런 방식을 적용해보고 있다.
좋은 후기를 받았을 때 '아, 지금 내가 도파민에
반응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쾌감에 완전히 빠지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다.
또한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신뢰 기반 사회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이들 나라에서는 평점이나 리뷰보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들은 '일단 믿고 시작하기'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누군가의 후기로 본 거래 경험은
평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아이 옷을 팔았는데, 사러 온 분이 임신 중이셨고,
옷을 건네드리며 "건강한 아기 낳으세요"라고 인사했더니, 몇 달 후에 아기 사진을 보내 주었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그때의 따뜻함은 어떤 좋은 후기보다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평점 너머의 진짜 가치
당근 아이디를 돈 주고 사는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온라인 평점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본래의 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평점 시스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의 거래를 피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도파민 중독이나 디지털정체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 영향력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당근마켓을 사용할 때도,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때도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평점이 아니라 진짜 신뢰다.
숫자로 표현되는 평판이 아니라,
실제 상호작용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배려.
그것이 진짜 거래의 가치이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그냥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작은 인사라도 따뜻하게 나누는 것.
그게 진짜 당근마켓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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