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최강록이 요리를 시작하게된 동기가 만화책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놀랍지만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 후 알려진 인간 최강록은 더 놀라웠다. 오늘은 최강록 셰프의 책 '요리를 한다는 것'을 통해 그의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삶의 궤적을 과학적으로 해석해보기로 하자.
챕터 1.
불 앞에 서는 마음 – “나, 사실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
요리책은 보통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최강록의 『요리를 한다는 것』은 레시피보다 먼저,
“나는 사실 조림도 잘 못한다. 잘하는 척을 할 뿐이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TV에서 본 멋진 셰프의 이미지와, 실패하고 식은 팬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모습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버텨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집에서 밥 한 끼를 만들 때도 비슷하다.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맛이 애매하면, 뇌는 금방 자기비난 쪽으로 달려간다.
“역시 나는 이것도 제대로 못해.”
이때 뇌에서는 전전두엽(판단과 계획)과 편도체(불안, 두려움)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지금 이 상황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증명하는 시험”처럼 느끼게 만든다.
최강록이 말하는 “척한다”는 감각은, 사실 많은 직업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세상은 이미 나를 “요리사”, “전문가”, “셀럽”이라고 부른다.
뇌 과학에서는 이 간극이 클수록 인지부조화가 커지고,
그 불편함을 견디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고 말한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 에너지 소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책이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불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챕터 2.
칭찬 한 마디와 컴플레인 한 줄 –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롤러코스터
요리라는 일은 특이하다.
결과물이 반드시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야 끝나는 노동이다.
맛있다는 말 한 마디면 뇌 속 보상회로가 번쩍 켜지고,
접시에 그대로 남겨진 음식 한 숟가락이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훅 끌어올린다.
최강록이 책에서 말하는 “예쁜 요리도 부서져야 진짜 피드백이 나온다”는 말은
뇌 과학적으로 보면 꽤 정확한 표현이다.
접시를 내놓는 순간, 내 자존감이 함께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손님이 젓가락을 들고 한 입 떠먹는 그 몇 초 동안,
요리사는 사실 뇌 안에서 작은 심판을 여러 번 받고 있는 셈이다.
칭찬을 들을 때, 도파민은 “이 행동은 보상 가치가 높다”고 기록한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메뉴를 반복해서 만들면서도 지루함보다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반대로 컴플레인은 편도체를 자극해서 위협 신호로 저장된다.
“저 번에 짰던 그 메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는다.
문제는 이 두 회로가 너무 자주, 너무 극단적으로 오르내릴 때다.
서비스 피크 타임, 방송 촬영, 평론가의 방문, 리뷰 한 줄…
이 모든 것이 도파민–코르티솔 롤러코스터를 만든다.
『요리를 한다는 것』 속 최강록이 털어놓는 불안과 번아웃의 감정은
결국 “지속적인 평가 환경에서 살아가는 뇌”가 겪는 피로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상하게 공감된다.
우리 역시 회사에서, SNS에서, 누군가의 눈앞에
“오늘의 결과물”을 계속 내놓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챕터 3.
완벽 대신 ‘오늘의 한 접시’ – 나를 덜 깎아내리는 요리법
최강록은 한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이 사람도 별 수 없네, 나랑 똑같이 사는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된다.
셰프라는 직업의 화려함보다,
“실수하고, 불안해하고, 그래도 내 사람을 먹여 살리려고 다시 불을 켜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뇌 과학에서는 자신을 이렇게 보는 태도를 ‘자기연민(self-compassion)’이라고 부른다.
실수했을 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라고 공격하는 대신,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조금만 다르게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내부 목소리다.
이 태도가 강할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력이 높고,
창의적인 시도도 더 자주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요리를 한다는 건 사실
레시피를 완벽하게 따라 하는 능력보다,
“망쳐도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것”에 더 가깝다.
도파민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분비된다.
뇌는 실패한 기억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데이터와 함께
“그럼 다음에는 이렇게 바꿔볼까?”라는 후보들을 함께 저장한다.
이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손이 자동으로 ‘더 나은 선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 최강록이 계속 불 앞에 서는 이유도 그거일 것이다.
한 접시의 완성도가 곧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매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사람.
우리 일상으로 가져오면,
퇴근 후 라면에 파 한 줌이라도 얹어 보는 마음,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계란 프라이 하나 더 신경 써 굽는 마음이
사실은 뇌 안에서는 꽤 큰 작업이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회로를 유지시키는 일.
그래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매일 결과물을 내놓고 평가받으며 사는 모든 사람에게
“너도 사실 나와 비슷한 주방에서 버티고 있지?”라고 말을 걸어오는 책이다.
오늘 싱크대 앞에 서서
“오늘도 대충 때워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만 관점을 바꿔 볼 수 있다.
나는 지금
완벽한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지친 뇌를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의 한 접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부엌의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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