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청소년 소설 베스트 셀러 추천작 우리가 만든 괴물과 믿고 싶은 진실
이꽃님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를 감성 에세이와 심리학·뇌과학 관점으로 재해석한 글입니다. 한 아이가 ‘가해자’로 낙인찍혀 가는 과정을 통해, 진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를 좇는 집단 심리와 청소년 뇌가 겪는 외로움·두려움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제목부터 불편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소설 속 사건은 평범해 보이는 학교에서 벌어진 한 아이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의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조금 읽다 보면 금방 알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청소년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아이’로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그리고 이 과정에는, 뇌의 편향과 집단 심리, 그리고 외로운 아이의 상처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 목차

📘 CHAPTER 1 — 『죽이고 싶은 아이』, 한 줄의 제목에 숨어 있는 질문
『죽이고 싶은 아이』는 여고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단짝이었던 두 아이, 주연과 서은. 싸움이 있던 날, 서은은 학교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가장 먼저 의심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친구 주연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 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처럼 보이지만, 곧 방향을 틀어 묻는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무엇을 진실로 믿고 싶어 하는가.”
흥미로운 건, 『죽이고 싶은 아이』가 한 사람의 시점으로 쭉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구들의 증언, 교사의 시선, 부모와 이웃의 말, 언론의 보도, 그리고 주연 자신의 파편난 기억이 뒤섞이며 서사가 진행된다. 독자는 마치 여러 개의 CCTV 화면을 동시에 보는 사람처럼 이야기 조각들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조각을 맞추면 맞출수록, “무엇이 사실인가”라는 질문보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한 아이를 ‘죽이고 싶은 아이’로 규정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크게 들려온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그래서 범인 찾기 소설이라기보다, 믿음과 낙인에 대한 소설에 가깝다.
이 불편한 제목은 우리를 또 한 번 멈춰 세운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정말 한 명의 괴물을 가리키는 말일까, 아니면 어떤 순간에든 누구에게나 붙을 수 있는 위험한 이름일까. 소설은 단언하지 않지만, 독자는 읽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떠올린다. 학교, 회사, 가족 안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미워했던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CHAPTER 2 — 진실보다 ‘믿음’을 먼저 선택하는 뇌 (확증 편향)
『죽이고 싶은 아이』에서 가장 서늘한 지점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팩트보다 먼저 “그럴 법한 이야기”를 골라 쥔다는 점이다. 친구들은 원래부터 주연을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해 왔고, 교사와 어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뇌 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버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한 번 어떤 믿음을 가지면,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더 잘 보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원래 모호함을 싫어한다. “누가 범인인지 모른다”는 상태는 불안을 키우고, 뇌는 이 불안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이 사람이 그랬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가 한 번 굳어지면, 이후의 모든 정보는 그 프레임 안에 들어가거나 버려진다.
『죽이고 싶은 아이』 속 주연이 딱 그렇다.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어딘가 외로워 보이고, 분위기를 깨는 발언을 한 번쯤 했던 아이. 사람들의 뇌는 이런 단서들을 모아 “원래 문제 있는 애” 라는 서사를 만들어내고, 그 서사 위에 사건을 얹는다.
소설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사실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믿고 싶은 이야기를 보고 있는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다 보면, 실제 증거보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애 이미지”가 판단을 좌우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건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직장에서, 가족 안에서, 온라인에서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던 편견에 맞춰 사람을 해석하곤 한다. 뇌의 확증 편향은, 진실보다 ‘편안한 믿음’을 먼저 선택하게 만든다.
🧬 CHAPTER 3 — 청소년 뇌, 관계가 전부가 되는 나이의 폭발과 상처
『죽이고 싶은 아이』의 인물들은 모두 아직 성장해가는 청소년이다. 이 시기 뇌는 전전두엽(판단·계획·자기조절)은 덜 발달해 있고, 감정과 보상을 담당하는 영역(편도체, 측좌핵 등)은 이미 풀 가동 중이다. 그래서 “친구가 나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단톡방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가” 같은 문제는 어른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10대에게는 삶 전체를 흔드는 사건처럼 느껴진다.
『죽이고 싶은 아이』 속 주연과 아이들의 관계도 그렇다. 인정받고 싶고, 버려지기 싫고, 동시에 질투와 경쟁에 시달리는 마음이 뒤엉켜 있다. 청소년기의 뇌는 특히 또래의 시선에 민감하다. 다른 누가 아니라,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자존감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한 번 “왕따”나 “이상한 애”로 낙인이 찍히면, 그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진다.
『죽이고 싶은 아이』에서 주연이 겪는 외로움과 분노, 그리고 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친구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나이. 그 시기에 한 사건이 터지고, 모든 시선이 한 아이에게 쏠린다.
이 소설을 뇌과학 관점에서 보면, “왜 저렇게까지 극단적일까?”가 아니라 “그 나이에 그 환경이면 저럴 수밖에 없겠다”는 이해가 생긴다. 감정은 과장되고, 판단은 서툴고, 어른들은 그 복잡함을 “애들 일”로 치부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그 사이에 끼인 한 아이의 마음을 집요하게 비춘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 나이의 감정과 뇌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있나? 아니면 어른의 시선으로만 평가해 왔나?”
🔥 CHAPTER 4 — 마녀사냥과 집단 심리: 우리는 얼마나 쉽게 돌을 드는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다 보면, 한 아이를 둘러싼 마녀사냥의 속도에 놀라게 된다. 누군가가 “그 애 원래 이상했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금방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라고 덧붙인다. 이 과정에서 팩트는 점점 흐려지고, 감정과 분위기만 남는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군중 효과, 밴드왜건 효과 등으로 설명한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는 압력이 개인의 판단을 잠식해 버린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기사 제목과 댓글, 짧은 클립이 퍼져 나가고, 우리는 아주 적은 정보로 누군가를 완전히 규정해 버린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법정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이미 “죽이고 싶은 아이”가 결정되어 버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은 그 낙인을 강화하는 증거로만 읽힌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후광 효과와 악마화 효과가 합쳐진 결과로 본다.
무서운 건, 마녀사냥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꼭 악의에 찬 가해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그냥 기사 보고 댓글 한 줄 달았을 뿐”, “그냥 친구들 이야기 들은 걸 믿었을 뿐”인 선량한 사람들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의 비극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돌을 던진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사람은 평생 그 돌의 감각을 기억한다. 소설은 우리에게 거울을 들이민다. “누군가에게 너는, 그저 돌 하나 던지고 지나간 사람은 아니었는가”라고.
🌱 CHAPTER 5 — “죽이고 싶은 아이”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에 서 있었나
『죽이고 싶은 아이』를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진짜 죽이고 싶은 아이는 누구였을까.” 정말 어떤 아이 한 명이 괴물이었을까, 아니면 모두가 조금씩 내버려둔 외로움과 분노, 그리고 방치된 구조가 한 아이를 그 지점까지 몰고 간 건 아닐까. 이 소설이 잔상처럼 오래 남는 이유는, 범인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의 삶, 낙인과 기억, 회복의 가능성까지 함께 질문하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인간의 뇌는 완벽하지 않고, 감정은 쉽게 폭발하며, 집단 안의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 사실을 극단적인 사건 속에 집어넣어 보여준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그때 어디에 서 있었습니까? 돌을 든 사람, 구경하던 사람, 말리려다 포기한 사람, 혹은 그 모든 것을 모른 채 지나친 사람이었습니까?”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일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일이 된다. 누구에게는 한때 “죽이고 싶은 아이”였을지도 모를 나의 얼굴,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몰아내고 있는 나의 마음. 『죽이고 싶은 아이』는 그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 보자고 말한다.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매일 선택한다. 누군가를 밀어내는 쪽에 설 것인지, 아니면 한 번 더 질문하고, 한 번 더 들으려는 쪽에 설 것인지.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아이의 인생과 한 사회의 공기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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