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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선량한 차별주의자 — “나는 착한데 왜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by 마음이랑 2025.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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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 “나는 착한데 왜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감성 에세이와 심리학·뇌과학 관점으로 재해석한 글입니다. “나는 착한데 왜 차별주의자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선량한 마음 뒤에 숨은 구조적 차별과 무의식적 편견을 천천히 짚어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차별이 생긴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부순다. 저자는 말한다. 차별은 악마 같은 소수가 아니라, 평범하고 선량한 다수가 “그냥 농담이잖아”, “원래 그런 거 아냐?”라는 말로 계속 재생산한다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도 혹시 선량한 차별주의자일까?” 이 질문이 마음에 걸리는 순간, 이미 책은 자기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나는 착한데 왜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 CHAPTER 1 —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불편한 제목의 의미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제목을 처음 보면, 어딘가 모르게 억울해진다.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않고, 웬만하면 상처 주는 말도 안 하려고 하는데, 왜 나를 차별주의자라고 부르지?”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차별주의자’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극단적인 사람만이 아니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은 없어”라고 말하는 평범한 우리, 일상에서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다수를 함께 가리킨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악당으로 지목하고 공격하는 대신, 거울을 들이밀듯 우리 각자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정말 차별과 무관한가요?”

이 책에서 핵심이 되는 말은 “의도가 전부는 아니다”이다. 우리는 흔히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피해를 경험하는 쪽에서는 의도보다 결과가 더 크게 남는다. 의도는 선량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웃음거리로 만들고, 기회에서 밀어냈다면 그건 분명 차별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그래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가르는 책이 아니다.

 

“나는 어디에서 누군가를 보지 못하고 있는가”,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이 정말 모두에게 공정한가”를 묻는 책이다. 이 질문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착한 사람 vs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떠나, 자신의 일상 언어와 선택을 다시 보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불편한 제목의 의미

 

 

🧠 CHAPTER 2 —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살아온 환경, 교육, 언론, 가족 문화가 어떻게 “보통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숨겨 버리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배경을 우리의 ‘입장(position)’이라고 부른다.

 

성별, 계급, 지역, 학력, 성정체성, 몸의 조건 같은 요소들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결정하고, 그 자리에 따라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문제는, 사람은 자기 입장에 너무 익숙해지면 그것을 “평균”이나 “정상”으로 착각해 버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없는 역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은 대개 건강하게 걷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몸을 가졌다.

 

늦은 밤 귀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그 시간에 자신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차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이 지점을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는 비유로 설명한다. 새는 철창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기 때문에, 철창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자신의 특권을 ‘기본값’으로 착각한 채 살아간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그래서 나쁜 마음 때문이 아니라, 보지 못함 때문에 생긴다. “그 정도는 누구나 노력하면 되잖아”, “그건 개인 문제지 구조 문제가 아니야”라는 말들은 사실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의 시야로 세상을 본 적이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는 한 곳에만 서 있지 않고, 여러 역할과 정체성이 겹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내가 다수자이자 동시에 소수자인 지점을 함께 보라고 권한다. 그때 비로소 ‘선량함’이라는 자기 이미지 뒤에 숨은, 작고 낡은 차별의 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CHAPTER 3 — “웃자고 한 말”이 왜 이렇게 아픈가 (언어와 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냥 농담이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하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보여주는 사례들을 읽다 보면, 그 “그냥 농담”의 방향이 거의 언제나 약자인 쪽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외모, 성별, 나이, 출신 지역, 장애, 성적 지향. 농담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층의 편견과 싸우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우리가 웃고 지나가는 한 문장은 그 사람의 하루, 나아가 삶 전체에 남는 상처일 수 있다.

 

뇌과학적으로도 농담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뇌는 말의 표면적 의미뿐 아니라, 그 말이 반복되는 맥락까지 함께 저장한다. “여자는 원래 감정적이잖아”, “외국인 노동자는 저임금이라 경제에 도움 되잖아” 같은 표현이 농담처럼 소비될 때, 듣는 사람의 뇌에서는 ‘나는 이 집단에 속한다’는 자기 인식과 함께 “나는 이 사회에서 이렇게 취급된다”는 메시지가 함께 각인된다.

 

특히 편도체는 반복되는 비하 표현을 위협 신호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경계와 긴장을 높인다. 그래서 어떤 농담은, 듣는 사람의 몸을 실제로 긴장시키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든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는 말이 사실은 권력의 언어라고 지적한다. 말하는 사람은 웃고 끝낼 수 있지만, 그 말을 매일 감당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농담이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너무 예민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정말 예민한 쪽은 누구인가? 농담을 통해 타인의 현실을 가볍게 만드는 쪽인가, 아니면 그 가볍게 만들어진 현실을 다시 무겁다고 말하는 쪽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웃음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웃자고 한 말”이 왜 이렇게 아픈가 (언어와 뇌)

 

 

🧾 CHAPTER 4 — 보이지 않는 특권과 구조적 차별

이 책의 중요한 지점은 차별을 “나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는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니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차별은 개인의 호불호 이전에 제도와 규칙, 공간과 시스템에 먼저 스며든다. 엘리베이터 없는 역,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가게, 남성 중심 야근 문화를 전제로 짜인 근무 시간표, 정규직을 기준으로 설계된 복지 제도. 이런 것들은 누구를 타깃으로 삼거나 혐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게 일관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그것 역시 구조적 차별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공정”과 “효율”이라는 말이 어떻게 차별을 지우는 데 사용되는지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능력대로 뽑아야지”라는 말은 얼핏 공정해 보이지만, 애초에 교육 기회와 정보 접근성이 달랐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경기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과만 보고 “노력의 차이”라고 설명해 버린다. 이것이 바로 특권이 보이지 않는 방식이다. 특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출발선이 남들보다 평평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이룬 성과의 상당 부분이 구조의 도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오로지 내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자기 서사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구조적 차별을 본다는 것은, 그래서 동시에 내가 가진 특권을 본다는 일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기보다, “보는 법”을 다시 가르친다. 문턱이 없는 건물을 보며 “당연한 설계”라고 느끼는지, 아니면 “어느 누군가에겐 이 문턱 하나가 세계의 경계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는지. 같은 장면이지만, 보는 눈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다른 이야기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의 규칙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 CHAPTER 5 — 선량함을 넘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변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끝에서 우리에게 건네는 건 거창한 혁명이 아니다. “이제부터 차별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선언도 아니다. 대신 훨씬 작은, 그러나 어렵기도 한 요구를 한다. “내가 선량하다는 확신부터 잠시 내려놓자”는 것. “난 그런 의도 아니었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전에, “그래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구나”를 먼저 떠올려 보는 것. 착한 마음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평등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저자는 평등이란 결국 누군가의 기득권을 조금 내려놓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일하고, 이동하고, 사랑하고, 실패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비용을 더 쓰고, 소수자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세금을 조금 더 내고, 모두를 배려하는 언어를 쓰기 위해 말끝을 한 번 더 고쳐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종 “역차별이 아니냐”고 묻지만, 책은 조용히 반문한다. “지금까지의 불평등은 누구에게 부담을 지워 왔는가.”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변화는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누군가가 “그 말은 듣기 힘들다”고 말했을 때, “너무 예민하다”고 되받지 않고 “알려줘서 고마워, 다음에는 다르게 말해볼게”라고 답하는 것.

 

회의 자리에서 농담의 방향이 계속 같은 사람을 향할 때, “다른 얘기 해보자”고 한 번쯤 분위기를 전환해 보는 것. 내가 편한 구조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제도와 공간, 관행을 설계할 때 그 사람을 상상해 보는 것. 거창하지 않지만, 이런 작은 수정들이 쌓일 때 사회의 기본값이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선량한가?”가 아니라 “나는 오늘 조금 덜 차별적인 사람이 되었는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게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실천일지 모른다. 세상은 단번에 달라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없어진 농담이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로 옮겨가는 진짜 징후일지도 모른다.

선량함을 넘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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