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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른 김장하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by 마음이랑 2025.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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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어른 김장하 각본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는 백상예술대상 수상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대본과 기록을 한 권에 담은 책이다. 말은 아끼고 삶으로 보여 준 한 사람의 60년을 따라가며,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한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감성 다큐 에세이다.

목차
1. 말은 아끼고,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의 각본
2.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줬을뿐'이라는 한 문장
3. '돈은 똥과 같다'는 거친 비유가 남기는 것
4. 이름을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 그래서 더 크게 남은 사람
5. 당신을 만나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졌나

어른 김장하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CHAPTER 1 — 말은 아끼고,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의 각본

표지는 맑은 하늘과 다리 위를 걷는 노인의 모습이다. 화려한 조명도, 자극적인 카피도 없다. 그저 “어른 김장하”라는 이름과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라는 한 줄. 이 문장만으로도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방향이 잡힌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자체가 기준이 되는 이야기라는 것.

 

『어른 김장하 각본』은 일반적인 전기나 에세이가 아니다.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대본 전체와 촬영 당시의 스틸컷, 연보, 인터뷰 기록을 함께 엮은 일종의 “읽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우리는 화면이 아닌 문장으로, 카메라의 프레임이 아닌 활자의 여백으로 김장하라는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책의 소개 문구는 이렇게 말한다. “말은 아끼고,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김장하는 자신의 선행을 설명하는 인터뷰를 끝까지 부담스러워하던 사람이다. 칭찬도, 포장도 원치 않았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조차 누군가에게 멋있게 들리기 위해 준비한 문장이 아니라, 평생의 습관처럼 툭 튀어나온 삶의 요약에 가깝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부분이 있다. 질문을 던져도 선생은 웃으며 화제를 돌리고, 대신 주변 사람들이 그를 설명한다. 장학금을 받았던 이들, 그의 약방을 드나들던 이웃들, 함께 일했던 직원들. 감독은 이들의 목소리를 이어붙여 결국 한 사람의 실루엣을 완성한다. 자신을 말하지 않겠다는 주인공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말하게 되는 구조. 그것이 이 각본집이 가진 특이한 매력이다.

 

CHAPTER 2 —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줬을 뿐”이라는 한 문장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김장하 장학생”으로서 했던 발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김장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잠시 전했을 뿐이니, 갚고 싶다면 이 사회에 갚아라.”

 

이 짧은 문장은 돈과 성공을 바라보는 보통 어른들의 언어와 완전히 다르다. 많은 사람이 “내가 너를 도와줬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은연중에 빚을 지운다. 하지만 김장하는 자신을 통로로 지우고, 출발점과 종착점을 모두 “사회”에 두어 버린다. 도움을 준 사람조차 사라지는 회로, 그 안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은 자신 역시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책임의 끈을 손에 쥐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말은 “부채감” 대신 “연결감”을 남기는 문장이다. 한 사람에게 갚아야 할 빚으로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대한 책임으로 바뀐다. 누군가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면서도, 그 사람을 자기 소유로 만들지 않는 태도. 우리는 이런 사람을 흔히 “스승”이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진짜 어른의 기준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 김장하 각본』은 이 한 문장을 여러 장면과 인물의 기억 속에서 반복해 보여준다. 다른 장학생들도, 함께 일했던 이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말을 떠올린다. 그래서 독자는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한 번 멋있게 말한 문장이 아니라, 평생 같은 말을 반복해 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 일관성이 존경을 낳는다.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줬을 뿐”이라는 한 문장, 유튜브 어른 김장하 다큐 캡쳐

 

CHAPTER 3 — “돈은 똥과 같다”는 거친 비유가 남기는 것

어른 김장하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문장은 “돈은 똥과 같다”는 말이다. 모아두면 냄새가 나고,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는 비유. 듣기에 거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와 각본집은 이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경남 진주에서 60년 넘게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은 1,000명이 넘는 장학생과 고등학교·장학재단·시민단체·쉼터로 흩어졌다.

 

그는 자신이 세운 학교를 국가에 기부하기도 했고, 존폐의 기로에 선 지역 언론을 조용히 도왔다. 숫자로 환산하면 엄청난 액수지만, 김장하에게 그것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돈”에 불과했다.

뇌과학의 언어로 풀면, 그는 보상의 기준을 소비가 아니라 기여에 맞춰 살아온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비와 소유에서 즉각적인 도파민 보상을 얻는다. 반면, 어른 김장하의 기여는 남에게 흘려보내는 행위는 즉시 쾌감을 주지 않을 때가 많다.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뇌는 새로운 패턴을 학습한다. “누군가가 나 때문에 조금 더 살기 편해졌다”는 감각이 가장 큰 만족이 되는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른 김장하 각본』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돈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통장 잔고의 크기보다, 돈이 지나간 자리의 풍경이 한 사람의 인생을 더 정확하게 말해 준다. 

 

CHAPTER 4 — 이름을 크게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 그래서 더 크게 남은 사람

이 책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김장하가 끝까지 자신을 거리에 세우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을 영웅으로 포장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상을 받거나 조명을 받는 자리에서도 늘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제작진이 인터뷰를 요청해도 이야기를 돌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주인공의 자기 설명보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채워진다. 어느 장학생은 “그 분을 떠올리면, 나도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진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그 분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조금이라도 흉내 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김장하는 자신을 과장하지 않았지만, 그의 삶은 이미 수백 명의 기억 속에서 가장 선명한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SNS와 자기 브랜딩이 당연해진 시대에 이런 태도는 오히려 더 낯설다. 선행조차 콘텐츠로 소비되는 세계에서, “보여주지 않는 선함”은 때로 손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 김장하 각본』은 조용한 선함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또 얼마나 넓게 번져 나가는지를 눈으로 보여준다.

 

존경할 만한 어른의 또 다른 조건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을 자유인지도 모른다. 공을 나누고, 성과를 독점하지 않는 사람. 자신이 한 일을 크게 포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자신의 삶에 확신이 있는 사람. 김장하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이름을 크게 남기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남았다.

 

이름을 크게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 그래서 더 크게 남은 사람, 유튜브 어른 김장하 다큐 캡쳐

 

CHAPTER 5 — 당신을 만나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졌는가

『어른 김장하 각본』의 부제는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이다. 이 문장은 내 마음에도 그대로 옮겨 붙는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가 떠올리는 건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다. 매일 새벽 약을 짓고, 번 돈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도움 받은 사람들이 다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랐던 한 도시의 어른 한 사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도덕 교과서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독자에게 몇 가지 질문만 남긴다. 나는 지금, 내 능력과 자원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누군가 내 이름 앞에 “어른”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어떤 장면을 근거로 떠올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말하게 만드는 삶을 살고 있는가.

 

모든 사람이 김장하처럼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방향을 옮길 수는 있다. 조금 덜 쌓고, 조금 더 흘려보내는 쪽으로. 남에게 빚을 지우는 말 대신, “이 사회의 것을 잠시 맡았다”는 마음으로. 선행을 과시하기보다,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지 조용히 살펴보는 태도로.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한 어른은 단 하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작은 선택들이 한 사람의 얼굴을 완성한다. 『어른 김장하 각본』은 그 선택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묻는다. “당신에게도 언젠가,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당신을 만나고,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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