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의 책 『사랑의 기술』은 사랑을 “운 좋은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는 이 고전을, 뇌과학과 심리학의 언어로 다시 읽어본다. 왜 우리는 사랑에 서투르고, 왜 같은 패턴의 상처를 반복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말로 “사랑할 줄 아는 뇌”로 천천히 바뀔 수 있을까.
이 글은 『사랑의 기술』의 핵심을 정리하면서, 사랑·애착·도파민·자기존중감 같은 뇌의 작동 방식과 연결해, 감정이 아닌 삶의 기술로서의 사랑을 조용히 복기해보는 감성 에세이다.

CHAPTER 1 —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사랑의 기술』이 말하는 것들
우리는 보통 사랑을 “언젠가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 “상대 운을 잘 만나야 생기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거나 엇나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도 “운이 나빴어”, “사람 보는 눈이 없었어” 쪽이다. 에리히 프롬의 책 『사랑의 기술』은 이 익숙한 생각을 처음부터 뒤집어 놓는다. 사랑은 운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것. 선택과 훈련의 결과라는 것.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돈 버는 법, 일 잘하는 법, 프레젠테이션 기술, SNS 운영 노하우는 끊임없이 배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훈련하지 않는다고. 좋은 사람을 찾는 법만 집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법에는 관심이 없다면, 사랑은 언젠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랑의 기술』에 따르면 성숙한 사랑은 네 가지 요소가 겹쳐져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배려, 책임, 존경, 그리고 지식. 상대를 돌보고, 함께 짊어지고, 한 인격으로 존중하고, 끝없이 알아가려는 노력이 합쳐져야 “사랑”이 된다. 반대로, 소유하고 지배하고 확인받으려는 마음만 가득하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공포와 외로움의 다른 얼굴이다.
흥미로운 건, 프롬의 이 정의가 오늘날 뇌과학이 말하는 “건강한 관계”의 조건과도 꽤 겹친다는 점이다. 타인의 신호를 읽고 공감하는 능력, 나와 상대를 분리해 보는 능력, 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는 능력.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사랑의 기술이자, 우리의 뇌 안에서 하나씩 길러져야 하는 “회로”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의 기술』은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을 향한 연애 지침서가 아니라, 관계, 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 전체를 바꿔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사랑을 감정에서 기술로 옮겨 놓는 순간, “나한테 왜 이런 사람만 올까?”라는 질문은 조금씩 사라지고, “나는 어떤 사랑의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그 자리를 채워간다.

CHAPTER 2 — 사랑의 기술과 뇌과학: 애착, 도파민, 공감 회로의 이야기
그렇다면 『사랑의 기술』이 말하는 “사랑은 기술이다”라는 문장을, 뇌과학의 언어로 바꿔보면 어떻게 될까. 조금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사랑은 뇌가 반복해서 연습하는 관계 패턴이며, 애착과 보상, 공감과 자기조절 회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먼저,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은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첫 번째 교과서다.
양육자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안정적으로 곁에 있어주었는지, 감정을 어떻게 다뤄주었는지에 따라 뇌는 “관계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기본 규칙을 만들어 둔다. 이때 안전과 위로를 자주 경험한 뇌는, 나중에 연애를 하거나 친구를 사귈 때도 “기본적으로 믿어도 되는 세계”를 전제로 움직인다. 반대로, 늘 버려질까 봐 긴장해야 했던 뇌는, 사랑의 순간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확인과 집착이라는 방식으로 상대를 붙잡으려 한다.
여기에 도파민 보상 시스템이 섞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상대에게 메시지가 올 때, 좋아요 알림이 뜰 때, 우연히 눈이 마주칠 때마다 뇌는 작은 보상 신호를 준다. 이 짧은 쾌감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묵직한 신뢰보다 즉각적인 자극에 끌리기 쉽다. 사랑의 기술이 깊어지려면, 짧은 도파민의 불꽃보다 “오래 함께할 때 오는 편안함”이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보상도 알아봐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감과 자기조절 회로다. 상대의 표정과 말투, 숨은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 내 감정이 격해졌을 때 한 박자 늦추는 힘이 없다면, 사랑은 금방 싸움과 오해의 전쟁터로 변한다.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강조한 “존경과 지식”은, 바로 이 공감 회로를 섬세하게 쓰는 능력과 연결된다. “내 기준으로”가 아니라, “저 사람의 세계에서는 지금 이게 어떤 의미일까?”를 상상하는 힘 말이다.
결국 사랑의 기술은 뇌 안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흐름의 합이다. 애착이 제공하는 “기본 안전감”, 도파민이 주는 “짧은 기쁨과 설렘”, 그리고 공감·자기조절이 책임지는 “깊고 느린 신뢰”. 이 셋의 균형이 무너질수록 사랑은 중독이나 지배, 의존으로 변하고, 이 셋을 조금씩 조율할수록 사랑은 기술로서의 얼굴을 드러낸다. 『사랑의 기술』은 이 균형을 향해 걸어가 보자는, 꽤 오래된 동시에 여전히 유효한 제안이다.

CHAPTER 3 — 사랑을 연습하는 뇌: 일상에서 써보는 작은 사랑의 기술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의 기술』을 덮고 나서, 어떤 사랑의 기술을 실제로 연습해 볼 수 있을까. 거창한 이론 대신, 뇌가 이해하기 쉬운 “작은 반복” 몇 가지만 골라보면 좋겠다. 뇌는 거대한 결심보다, 사소한 습관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연습은, 상대의 감정을 맞추려 하기보다, 물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쟤는 지금 이럴 거야”라고 너무 쉽게 단정한다. 하지만 공감 회로는 추측이 아니라 질문에서 자란다. “지금 기분이 어때?”, “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할까?”라고 묻는 습관은 상대의 세계를 배우려는 태도이자, 사랑의 기술을 섬세하게 다듬는 방법이다. 뇌 입장에서는, 이 질문들이 “상대의 패턴”을 데이터처럼 쌓아주는 작업이 된다.
두 번째 연습은, 감정이 올라올 때 잠깐 멈추는 기술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더 쉽게 화가 나고, 더 깊이 상처받는다. 이때 바로 쏟아내는 말은 대부분, 나중에 후회할 공격이 되기 쉽다. 그럴수록 단 10초라도 숨을 고르고, “지금 내 안에서 두려움과 분노 중 뭐가 더 큰가?”를 살펴보는 순간을 만들면 좋겠다.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말한 책임과 존경은, 결국 이 10초를 만들어내는 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세 번째 연습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덜 가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롬은 자기애를 이기심과 구분해서 설명했다. 자신을 존중하고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진짜로 돌볼 수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적으로도, 자기 비난이 심할수록 타인을 향한 공감 회로는 쉽게 피로해진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돼”를 조금 덜 쓰고, “그래도 여기까지 버텨온 나”를 하루에 한 번이라도 떠올려주는 것은, 사랑을 위한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채워 넣는 일이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오늘 다시 읽는 이유는 아마 이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운에 맡겨두기에는, 우리가 짊어진 외로움과 불안이 너무 커져버린 시대라서. 뇌과학은 말한다. 사랑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면서, 동시에 뇌가 끝없이 배우고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우리는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더 잘 사랑하는 뇌로 바뀔 수 있다고.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이 문장을 되뇌어본다. “사랑은 기술이다.” 내가 오늘 연습한 사랑의 기술이 아주 서툴렀다 해도,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만 더 부드럽게, 나와 타인을 대할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 이 오래된 책이 지금 내 삶에서 작게 빛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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