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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학

공부천재 문수연을 보며 | ‘똑똑한 사람’은 누구인가: 학벌·지능·한국 사회의 진짜 기준

by 꼰대가랬숑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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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천재 문수연을 보며 ❘ ‘똑똑한 사람’은 누구인가: 학벌·지능·한국 사회의 진짜 기준

 

 

숏폼 드라마 ‘공부천재 문수연’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왜 똑똑함과 학벌을 숭배하게 됐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지능(g), 성적, 교육의 효과, 크레덴셜리즘(학벌주의)을 연구와 데이터를 찾아 한국에서의 똑똑함 선호 현상에 대해 알아본다.

 

 

목차

  1. 챕터1. 숏폼 드라마가 ‘천재’ 스토리를 유통하는 방식
  2. 챕터2. 한국에서 ‘똑똑함’이 곧 생존이 된 배경: 교육열과 크레덴셜리즘
  3. 챕터3. 학벌 = 똑똑함? 신호이론과 ‘필터’로 읽는 학력의 기능
  4. 챕터4. 지능과 성적, 그리고 공부 실력: g 요인 연구가 말하는 것
  5. 챕터5. 결론: 천재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남는 시대

 

Chapter 1.
숏폼 드라마가 ‘천재’ 스토리를 유통하는 방식


오늘 우연히 숏폼 드라마를 보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게 오래 갈까?” 싶었다. 하지만 통계는 내 감각이 얼마나 느린지 알려준다. 2026년 1월 보도에 따르면(여러 기관의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를 인용), 한국 청소년의 숏폼 콘텐츠 매일 시청 비율이 49.1%로 제시된다. 2022년 조사에서 극히 낮던 수치가 크게 뛰었다는 대목은, 숏폼이 유행이 아니라 ‘습관’이 됐다는 신호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도 50대의 64%, 60대의 56%가 숏폼을 시청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내가 본 드라마는 '공부천재 문수연'이었다. 가난한 환경에서 공부로 인생을 뒤집으려던 소녀가 “재벌가에 잘못 안겨진 진짜 딸”이라는 설정을 만나고, 냉대와 견제 속에서도 성적으로 판을 뒤집는 전개가 빠르게 이어지는 지극히 한국 드라마스러운 소재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공개 직후 플랫폼 랭킹 1위에 올랐다는 기사까지 나왔던 걸 보면, 이 드라마는 ‘먹힌다’는 표편이 맞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흔하디 흔한 '천재' 스토리가 이제 긴 호흡의 정규 드라마가 아니라 “짧고 빠른 승리 장면”으로 유통된다는 점이다. 숏폼은 긴 설득을 하지 않는다. 대신 승부·전환·역전 같은 장면만 뽑아 ‘천재의 순간’을 계속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반복은 어느 순간, 우리가 믿고 싶은 문장을 강화한다.

“인생은 결국 머리 좋은 사람이 이긴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공부천재’ 같은 인물은 판타지인데, 왜 한국 사회는 이 판타지에 유독 쉽게 반응할까. 왜 우리는 얼굴 천재, 공부 천재라는 단어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피곤해할까. 이 글은 천재를 칭송하려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그 천재를 좋아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해부해보려는 글이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참조

 

공부천재 문수연 | 숏폼 드라마 1위 드라마 새 시대 개막 줄거리·등장인물·결말 총정리

2026년 1월, 글로벌 숏폼드라마 플랫폼 드라마웨이브(DramaWave)에서 공개된 '공부천재 문수연'이 일간·주간 랭킹 1위에 동시 등극하며 K-숏폼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어요! 영제 'Genius Heiress B

money-phd.com

 

Chapter 2.
한국에서 ‘똑똑함’이 곧 생존이 된 배경: 교육열과 크레덴셜리즘


이런저런 자료를 보며 놀라운 주장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똑똑함’은 종종 '성격'이 아니라 통화(화폐)처럼 쓰인다. 취업에서, 결혼 시장에서, 인간관계에서조차 “어디 나왔어?”라는 질문이 능력의 약식 증명서처럼 기능한다. 왜 그럴까. 교육열과 학벌주의를 다룬 국내 연구들은 한국 사회에서 학력 개념이 단순한 학습 성취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배제의 의미로 작동해왔음을 분석한다. 특히 한 KCI 논문은 학력 개념을 층위로 나눠 교육열·학벌주의의 성격을 문헌과 담론 분석으로 짚는다.

 

이때 등장하는 키워드가 크레덴셜리즘(credentialism)이다. 마케팅 분야에 오래 몸 담았던 내게도 무척 생소한 단어인데,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자격(학위·스펙)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그것이 선별·배제의 장치가 되는 사회 구조”라는 뜻에 가깝다. 한국 직업능력연구원(KRIVET) 계열 보고서/자료에서도 크레덴셜리즘을 학력(학벌) 중심주의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다루며, 교육이 지위재 획득 경쟁과 결합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들의 ‘욕심’만으로 이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희소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때, 사회는 가장 간단한 선별 기준을 찾는다. 학벌은 그 기준이 되기 쉽다. 측정이 간단하고, 서열화가 쉽고, 설명이 편하니까. 그래서 한국에서 “똑똑함”은 종종 사고력보다 서열을 통과한 흔적으로 소비된다.

 

숏폼 드라마의 천재 서사가 강한 이유도 여기 닿아 있다. 문수연의 ‘역전’은 사실 공부가 아니라, 공부가 상징하는 것—계급 이동, 인정, 보호, 선택권—을 한 번에 쥐는 장면이다. 숏폼은 그 장면을 반복 재생하고, 우리는 반복 재생되는 장면을 보며 현실의 피로를 잠깐 잊는다. 이건 개인 탓이 아니라,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감정의 습관이다.

한국에서 ‘똑똑함’이 곧 생존이 된 배경: 교육열과 크레덴셜리즘

 

Chapter 3.
학벌 = 똑똑함? 신호이론과 ‘필터’로 읽는 학력의 기능


학벌이 왜 이렇게 강력한가를 설명할 때 경제학은 차갑지만 정확한 비유를 준다. 기업은 지원자의 ‘진짜 능력’을 완전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은 눈에 보이는 지표를 찾는다. 이때 학력은 신호(signal)가 된다. 마이클 스펜스의 고전 논문 「Job Market Signaling」은 교육이 생산성을 높이는 ‘인적자본’만이 아니라, 채용 시장에서 능력을 가늠하는 신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모델로 보여준다.

 

케네스 애로우의 「Higher education as a filter」도 결이 비슷하다. 고등교육이 지식을 늘리는 기능 외에도, 노동시장에서 개인을 필터(선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두 관점이 한국 사회에서 날카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벌은 때때로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라기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경쟁을 버텼는가, 얼마나 규칙을 잘 통과했는가”를 보여주는 표식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사회가 그 표식을 믿기 시작하면, 표식은 더 값비싸지고 더 집착의 대상이 된다. 크레덴셜리즘의 자기증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학벌은 똑똑함의 증거일까, 아니면 똑똑함을 ‘보이게’ 만드는 포장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의 비중이 큰지는 사회마다, 산업마다, 시기마다 달라진다. 중요한 건 학벌이 ‘진짜 지능’의 완벽한 대리변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벌은 신호이고, 신호는 언제나 오해와 과장과 맹신을 부른다. 숏폼 드라마는 그 맹신의 감정을 가장 짧고 강하게 자극하는 콘텐츠다.

학벌 = 똑똑함? 신호이론과 ‘필터’로 읽는 학력의 기능

 

Chapter 4.
지능과 성적, 그리고 공부 실력: g 요인 연구가 말하는 것


그럼 “정말로 똑똑한 사람”은 누구인가. 여기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은 비교적 단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장 많이 연구된 개념은 일반지능(g)이다. 다양한 인지 과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능력의 축. 그리고 이 지능이 학업 성취와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대해선 대규모 메타분석들이 있다.

 

예를 들어 Roth 등(2015)은 표준화된 지능검사와 학교 성적의 상관을 심리측정 메타분석으로 검토했다. 240개 표본, 10만 명 이상을 포함한 분석으로 알려져 있고, 지능이 학업 성취의 강력한 예측변수라는 논의를 정리한다.
또한 “교육이 지능을 올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Ritchie & Tucker-Drob(2018)은 교육 기간이 지능검사 점수에 미치는 효과를 메타분석으로 다뤘다. 즉, 지능이 교육을 더 받게 만들기도 하지만, 교육이 지능 점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관찰된다는 논의다.

 

이 사실은 ‘공부천재’ 서사를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든다. 천재는 타고난 고정값처럼 보이지만, 연구가 말하는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이해하고, 어떤 사람은 오래 붙잡고, 어떤 사람은 실수를 덜 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전략을 빨리 찾는다. “똑똑함”은 한 가지 재능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섞인 작동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일상에서 “똑똑한 사람”을 떠올릴 때, 성적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진다. 가끔은 시험을 잘 치지 못해도 문제의 핵심을 잡아내는 사람이 있고, 스펙은 평범해도 새로운 상황에서 학습 속도가 빠른 사람이 있다. 지능 연구가 말하는 건 결국 이것이다.
똑똑함은 ‘정답을 많이 아는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구조화하고, 오류를 줄이고, 학습을 지속하는 능력에 더 가깝다.

이미 인간이 설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Chapter 5.
결론: 천재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남는 시대


숏폼 드라마 속 천재는 거의 초능력처럼 그려진다. “한 번 보면 다 외워”, “한 번 풀면 다 이해해.” 하지만 현실의 똑똑함은 그런 단발성 재능이 아니라, 대체로 습관과 구조로 나타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가 원하는 똑똑함과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똑똑함이 점점 갈라진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학벌을 신호로 쓰는 경향이 강하고, 그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AI와 플랫폼이 지식을 ‘유통’하는 시대가 오면서, 단순 지식량은 점점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제는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공부천재 문수연’ 같은 서사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역설적이다. 그 서사는 우리가 현실에서 가장 결핍을 크게 느끼는 것을 건드린다. 안정, 인정, 선택권. 한국 사회에서 ‘똑똑함’이 과도하게 숭배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능력이 아니라 탈출구(인생역전?)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크레덴셜리즘이 강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더 강한 증명을 요구받고, 더 강한 증명은 더 강한 불안을 낳는다.

결국 이 글이 남기고 싶은 결론은 하나다.

 

천재를 부러워하는 사회는 많지만, 사실 더 필요한 건 ‘천재’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학벌은 신호일 수 있고, 지능은 예측변수일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은 늘 변수로 가득하다. 그리고 변수 앞에서 살아남는 건, 점수표가 아니라 사고의 근육이다. 숏폼 드라마의 천재는 1분 만에 인생을 바꾸지만, 현실에서 인생을 바꾸는 건 대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를 오래 붙잡는 시간이다. 

 

학벌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특이점(singularity)에 들어왔다
2030년 AI는 전 인류를 합친것보다 똑똑해 질 것이다
-일론머스크-

자료출처

  • 한국 청소년 숏폼 매일 시청 비율(49.1%) 및 미디어 이용 조사 관련 보도: 
  • 숏폼 드라마 시장/성장 및 국내 기업 진출 보도(시장 규모 추정 포함): 
  • 숏폼 드라마 시청 시간(한국 내 200만 시간 이상 등) 관련 보도: 
  • 《공부천재 문수연》 랭킹/작품 소개 보도(드라마웨이브, 뉴유니버스): 
  • 학벌주의·교육열 분석(KCI 논문, 2018): 
  • 한국 사회 학력주의/크레덴셜리즘 관련 KRIVET 자료: 
  • 지능-성적 관계 메타분석(Roth et al., 2015): 
  • 교육이 지능에 미치는 효과 메타분석(Ritchie & Tucker-Drob, 2018): 
  • 학력의 신호 기능(Spence, 1973) / 필터 기능(Arrow,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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