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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리포트 10편 거만함

by 꼰대가랬숑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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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잘 되가는 시점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프로젝트가 생기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몰아 치는... 소개에 소개로 이어지며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대부분 이때부터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 대기 시작한다. 

 

 

마이너리그 리포트 10편 거만함

 

겉 멋을 부리게 되는 이유

광고대행사 시절을 먼저 복기해 보자. 대략 하루 24시간 중 출.퇴근 시간 포함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이것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퇴근 할 경우이고, 처참한 몰골로 아침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절대 시간이 부족하니까.

이름 대면 알만한 브랜드의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을 꽤 많이 쓴다.(삼성은 제외다) 내가 담당하던 기업의 경우 1년 예산은 20억에서 100억까지 였다. 주로 TVCM 위주의 캠페인 였고, 지금처럼 온라인이 매체로 주목받던 시기가 아니였다. 

무튼, 100억짜리 광고주 영입을 위해선 경쟁프리젠이션 준비에도 몇천씩 비용이 지출된다. 이렇게 10번의 PT 중 운 좋으면 2~3번 일을 따낼 수 있다. 그간의 출혈은 이렇게 상쇄된다. 문제는 PT준비는 보통 3~4주 정도 소요된다. 수치상 매달 100억 짜리 광고주 맞이 준비를 10번을 하고 기타 자잘한 몇십억 단위 광고주의 PT들을 병행한다.(회사규모에 따라 다르다)

어림잡아도 일년에 15개 가량의 피티를 하게 된다.(물론, 쉬운것도 있고) 요는 3주에 하나씩 쳐낸다 쳐도 준비 시간이 태 부족하기에 광고대행사 사람들은 밤 시간을 많이들 이용한다. 아니 이용 당한다. 남들 퇴근 시간에 저녁 식사를 간다. 이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몇년이 훅 지나간다. 지긋지긋해 질 때쯤 이직 준비를 한다. 퇴근 시간은 자유 출근은 9시, 주말, 휴가 거의 없음, 명절 선물 따위 없음(내가 있던 회사는 그랬다. 김국장?) 일도 지치지만 회사가 보여주는 배려에 감동하며 들썩 거리기 시작할 때쯤 "그래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탈출하자"라 맘 먹는다. 실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지만.. 무튼 실행한다.

지긋지긋한 일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야 하니까

 

 

내가 꿈 꾼 광고 대행사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상하관계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광고쟁이들은(이말도 오랫만에 써본다.. 티스토리ㅜ.ㅜ) 누구나 꿈 꾸는 그런 이상향을 가진 대행사가 있다. 최근 모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이 싸움질만 하는 그런 회사는 당연히 아니다. 멋들어진 인테리어에 카페 같은 공간에 노트북 하나 놓고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 그림 같은 전개가 그것이다. 나는 그랬다. 창업하고 제일 먼저 한것이 출퇴근 시간을 없애는 거였다. 아니 없앤다기 보다 출근은 늦게, 퇴근은 가능한 빠르게 였다. 내가 지긋지긋한 출퇴근 지옥에 살았어도 있었고, 꿈도 그랬고, 어차피 일하는 시간은 한정적이니까라고 논리는 완성되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의 점심값과 전화비를 보조해주기도 했다. 핫플이였던 가로수길에 위치해 있어 점심, 저녁은 무조건 근처 맛집과 술집을 돌아가며 다녔다. 

일단 내가 생각한 회사와 아주 조금 흡사했다. 빠진게 하나 있다면, 크리에이티브? 일만 빼고는 거의 비슷했지만, 이 지점이 고민 거리였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실력 있는 인력을 쓰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작은 회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 지출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말했듯이 매출 기복이 심하기에 적정 수순에서 맞춰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일단, 핫플에 인테리어 조금 손보니 처음보다는 찾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경력 있는 대리, 차장급 인력은 어림도 없었다. 

고민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유로운 출.퇴근은 거의 반차 수준으로 이용되었고, 점심, 저녁, 통신비는 몫 돈이 되어 매달 돌아왔다. 경리는 매일 문구류를 사댔고, 정작 일 할 시간에 광고주가 찾는 전화는 내가 받아야 했으며, 일 할 담당자가 없어 내일로 넘어가기 일쑤 였다. 

 

 

내실을 다져야 하는 이유

사업 초기 지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회사를 위해 자신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이슈다. 물론, 광고주나 매출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분들에게는 아낌 없이 써주자. 다만 나를 위해, 직원의 불필요한 복지를 위해 쓰는 비용은 심사숙고해서 꼭 필요한 부분만 하는게 맞다. 그렇다고 직원들의 복지를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업은 일하는 사람 없이 오너 혼자 성공 시키는 경우는 없다.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 하겠지만, 불필요한 지출 이란 단서를 잘 상기하자. 

불필요한 회식, 회사 재정 규모에 부담을 주는 복지, 자신에게 주는 선물, 영업용 고급 승용차, 직원 숙소로 쓸 서초동 30평 래미안이나, 자신의 체력 증진을 위한 호텔 피트니스나 골프 회원권, 한끼에 5만원 밖에 안하는 검소한 식사 이런것들 말이다. 

회사의 영속성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하고, 영업활동을 해야하고, 거기에 맞는 구인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안 망한다.

 

겉 멋 좀 작작 부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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