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 뭉클한 장면이 맘을 흔든다. 드라마를 보며 감정 이입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더는 피하지 않고 당당히 눈물 흘려주겠다 마음먹고 보니 그 내용이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조립식 가족
JTBC '조립식 가족'은 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 2.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립식 가족'은 총 16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일에만 방송한다. 원작은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이가인지명'이다. 사실 조금 놀랐다. 원작이 40회가 넘는 중국 드라였다는 것에서 나의 편견이 깨졌다.
제목만으로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다만 이제 넷플리스에 더 이상 새로운 콘텐츠가 없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정주행 한 4편의 드라마에 나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 가족, 세 명의 아이, 두 명의 아빠가 우여곡절 끝에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 주는 내용인데 이질적인 구성원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각자 큰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덤덤하게 이겨나간다. 그 각각의 상처가 드러날 때 이겨내는 모습이 애처롭고 감동적이며 점점 더 어처구니 없어 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콕 찝어 얘기 하는것 같아 또 씁쓸하다. 조립식 가족 등장인물을 보면 잊고 지내던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조립식 가족 정보
첫번째 가족, 아빠 윤정재(최원영)과 딸 윤주원(정채원)
두 번째 가족, 아빠 김대욱(최무성)과 엄마 권정희(김혜은) 아들 김산하(황인엽)
세 번째 가족, 엄마 강서현(백은혜)와 아들 강혜준(배현성)
이 세 가족이 각각의 이유로 헤어지고 만나 남겨진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게 되고, 채원을 제외한 두 아들이 성장한 후 헤어진 가족들을 다시 만나며,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 있던 남겨진 가족들이 해체 위기 속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으로 극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된 정재(최원영)의 딸 주원, 대욱(최무성)의 아들 김산하, 서현(백은혜)의 아들 강혜준 이 세 명은 친 남매가 아님에도 친 남매 보다 더 깊고 넓은 가족애를 보이는데 그것이 시종일관 밝고 즐겁다.
주원은 엄마가 없는 아픔을, 김산하와 강혜준은 엄마에게 버려진 아픔을 품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아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등장으로 김산하와 강혜준이 아픔을 드러냈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 지기까지 한다.
조립식 가족 원작
조립식 가족은 2020년 중국 후난위성TV가 방영한 46 부장의 이가인지명이 원작이라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피가 섞이지 않고 성도 다른 3명의 주인공이 각자 부모로보터 받은 상처를 품고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큰 줄거리는 JTBC의 조립식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극 중 김산하(황인엽)는 어린 여동생과 둘만 집에 머물다 호두를 먹던 동생이 질식사한 아픔을 지닌 인물로 묘사한 것, 딸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한 엄마는 어린 아들을 원망하다 아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 또한 강해준(배현성)을 맡아 키우게 된 칼국숫집 사장 윤정재(최원영)의 스토리, 윗집과 아랫집에 살면서 정재가 차린 밥상을 공유하는 주원(정채연)과 산하, 해준, 산하의 아빠 김대욱(최무성)의 설정도 원작과 같다 한다. 원작에서는 10년간 함께 자랐지만 이후 10년은 떨어져 지내게 되고 다시 재회해 품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에게 묻고 있다
사실 중국 원작의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이 시리즈를 보며 떠올린 영화가 있었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다. 추측이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이 2018년이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였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콘텐츠를 그냥 가져다 쓰는 중국이라면 충분히 이 영화가 모티브가 되었을 것 같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가족 구성은 다르지만 어떤 이유로 한 집에서 살게 된 다양한 구성원들이 진짜 가족처럼 나누게 되는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
조립식 가족이나,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서 진짜 가족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폭력, 죽음, 오해와 불신으로 진짜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집을 뛰쳐나와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가족보다 더 진한 위로를 받는다. 최근 JTBC의 새로고침이나, MBN의 이혼할 결심 등 부부 예능이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실제 삶은 우리의 기대와 같지 않았다. 부부 관계부터 금쪽이에서 보여지는 어린아이들의 폭력성까지 현대의 가족이 가족으로써 완전한 기능을 상실한 것을 뒷받침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오히려 집이 아닌 직장,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가족처럼 지내는 관계'라는 수식어를 더 자연스럽게 적용한다. '가족' 보다는 '가족 같은' 관계에서 위안을 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니면 그 '가족 같은'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유. 무형의 이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모 팀장도 소개해준 지인을 '가족 같은' 형님이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그 가족 같은 형님은 매출이 꽤 큰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경쟁사가 나타나기 어려운 비즈니스로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가 말하는 '가족 같은'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가족은 당장 어떤 이익을 만들어 주지 않아서, 익숙해서, 늘 옆에 있어서 우리는 가족을 잊고 지낸다. 왜 현대인들에게 '가족'은 '가족 같은' 사람들 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을지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 같은 사람들에게 주는 애정과 쏟는 시간의 반만이라도 가족에게 준다면 어땠을까. 자신을 위한 행동에 편협한 합리화는 구차하기만 하다.
겪어봐서 말하지만 절망만 남는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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