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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리포트 6편 기획자

by 꼰대가랬숑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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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의 Austin Distel

 

나는 한번 실패를 맛보았다. 매우 썻고,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만큼 치열하게도 살았다. 그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기획자

 

나는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자이고 아주 작은 대행사에서 부터 시작하여 두어번의 이적 끝에 목표 하던 메이저급 대행사로 안착하게된 경우이다. 

제일 크게 달라진건 구성원들의 높은 경험치, 파트별 역할의 분배 (예를들면, 기획 1본부, 2본부, 제작본부, 매체, 경영지원 등), 광고주의 규모와 경쟁 프리젠테이션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임원 중에는 메이저 대행사에서 꽤 알려진 여성 기획 임원도 있었고, 나름 모 화장품 기업의 투자를 받아 하우스에이전시를 표방하며 운영중인 회사였다. 

 

작은 회사에서 기획자가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업무를 접했다면, 메이저 회사에서는 보다 기획으로서 한 영역에서 다양한 툴이랄까 시스템을 접하게되고 이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작은 회사에서 기획자는 광고주관리(접대, 사적 업무적 응대), 매체 기획/운영(매체전략제안, 매체사 디렉션 및 매체 운영 전반), 경쟁프리젠테이션 기획/프리젠터, 시안 컨셉 및 제작 디렉션, 기타 회사 운영 전반에 개입하게 된다, 큰 회사에서는 온전히 기획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 광고주 관리는 회사 대표나 임원이 주로 전담하고, 매체전략과 운영은 매체팀에서, 마케팅 전략은 마케팅 팀에서, 프리젠터는 기획 국장이나 임원이, 시안 제작이나 영상 등 준비는 제작팀이 맡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량이 적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시간은 절대 부족하다. 

새벽 퇴근은 부지기수이고, 출근은 정확해야 한다. 또하나 다른건 비딩 규모가 큰 경쟁피티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파트별 업무가 각 파트에서 전달되기는 하지만 메이크업 과정을 거쳐야하므로 결국 내용을 파악해 제안서 흐름에 맞도록 가공하는 일을 해야한다. 자료만 받을 뿐 결국 하는일이 바뀌는건 없다.

 

PT지옥

메이저는 메이저 답게 광고주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사전에 지출한다. 보통 피티의 승률은 30% 정도인것 같다. 열번 피티하면 3번 이기는 정도랄까. 물론 대행사마다 차이는 있다. 잘하는 곳은 더 많이 수주 할 것이나 내가 있던 회사의 승률은 이정도 였다.

모기업 규모와 인원의 차이도 있다. 광고회사의 경우 데이터 비용이 적지 않다. 데이터 사용 여부에 상관 없이 매달 지출되는 고정 비용이다. 대략 한번 피티 할 경우 수천만원이 든다. 영상제작, 데이터 구매, 리서치, 시안제작 등 지출이 크다. 물론, 광고를 수주한다면 투자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액 비용이되고, 대행사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쟁피티의 경우 대략 적게는 3주에서 한달 정도 소요되는데 2달에 3~4개 정도 쳐낸다고 보면 된다.(이건 내가 있던 회사 기준이고 대부분의 대행사들은 팀당 할당된 기준이 있다) 기존 광고주 응대와 피티 준비를 하다보면 하루라는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6시가되면 다른 사람들처럼 퇴근 준비를 하는게 아니라 저녁식사를 하러간다. 야근 이라는 개념보다는 당연히 이뤄지는 하루의 루틴이랄까

기획은 광고주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나면 핵심 키워드를 찾기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핵심 키워드가 컨셉이 될 수도 있고, 인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 전체적인 피티의 향방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바로 이 시점이다. 

 

 

7:3    VS    3:7

승률 높은 대행사와 승률이 낮은 대행사가 있다면 당연히 승률이 높은 대행사를 선택하는게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학벌, 인맥, 경험치 이모든게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문턱을 넘어서면 그 다음은 실력이라는 부분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내가 광고회사 처럼 치열한 직업군은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기 처세나 정치적 역학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빠른 시간안에 도태되고 만다. 회사내에서 보이지 않는 은근한 정치적 다툼은 말할 것도 없고, 피티 당사자인 광고주의 모든 정보 파악을 시작으로 상당한 눈치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종 업계 선후배관계에서 발생하는 인맥 이직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 뼈아팠고, 시작이 작은 회사라 경험치 부족 등의 상황으로 승률 3:7의 대행사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였던 것이다. 나는 수직 점프를 한 셈이고, 반대의 조건 였다면 수평 점프를 한다는 것이다. 수평점프는 동일한 대행사 수준에서 연봉이나, 회사의 유명세나 선택 동기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 한다. 

나는 지금도 매일 후회한다. 나는 왜 나라는 IP를 개발하는데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변명하자면 일하기 바빴고 광고대행사 기획이면서도 약간의 내성적인 면이 있었다. 더해 그 때 환경은 나대는 것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 잘하고 분석 잘해서 갓템 하나 툭 던져주면 훌륭한 직원이던 시대였다. 그래서 더 후회가 된다. 나는 왜 더 준비하고 깨닫지 못했었을까. 결국 모든 인생을 통털어 내가 지나온 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것인데 나는 많이 부족 했던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과거 청소년기의 내 선택과 그에 따른 과정이 만들어낸것이 '현재'의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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