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음은 자발적인 선택이다.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나라는 존재와 더욱 가까워지는 일. 반면 외로움 강제적 결핍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북적이는 공간에서도 그 결핍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혼자 있는 건 좋은데, 왜 가끔은 외로울까?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라고 말하면서도, 어느 날 문득 스치는 공허함에 마음이 흔들린다.
혼자 있는 것은 선택이지만, 외로움은 때때로 의지와 상관 없이 찾아 온다. 이 둘은 같은 장소에 있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는 외로움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 가까운 신호라고 말한다. 그는 '고독의 사회적 뇌(loneliness: human nature and the need for social connection)'에서 외로움은 단순한 쓸쓸함이 아닌, '우리의 뇌가 보내는 위험 신호'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고립은 본능적으로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된다. 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신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뇌는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식적인 혼자 있음은 정서적 회복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했을 때, 우리는 내면을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고, 창의성을 되살릴 수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건 바로 '선택'과 '의도'의 유무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에 모두 수긍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혼자일 때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혼자 있음은 단절이 아니라 재충전이며, 외부의 소음을 멀리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고요함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인간으로서 타인과의 연결을 본능적으로 그리워하게 된다. 혼자 있음이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라면, 외로움은 관계의 부재로부터 오는 내면의 경보음이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 고독은 가장 인간다운 상태
프리드리히 니체는 '고독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자유를 갈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니체에게 있어 고독은 자신을 직면하고, 진실에 닿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외부의 소음이 사라진 곳에서만, 우리는 진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철학자 알랭 드 보통 또한 '불안'에서 '외로움은 관계의 부재라기보다는, 존재의 이해받지 못함에서 온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해받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렇듯 철학자들은 혼자 있음과 외로움의 경계를, 단순한 사회적 고립이 아닌 존재적 조건으로 바라본다. 고독은 때로 철학의 출발점이고, 사유의 토대이며, 자기 탐구의 통로다. 우리가 혼자 있기를 선택할 때, 그 시간은 오히려 내면의 풍요로 이어질 수 있다.
신경학자 조지프 르두는 감정 중추인 편도체(amyadala)의 역할을 통해 감정이 어떻게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감정이 단순한 기분이나 느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보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편도체는 사회적 거절, 무시, 단절과 같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는 뇌가 외로움을 '위험'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혼자 있는 상태가 즐겁지 않게 느껴질 때, 그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 뇌가 우리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일 수 있다.
즉, 이런 사실들은 우리가 혼자 있을 때 스스로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를 말해 준다.
외로움의 뇌과학-우리 뇌는 왜 외로움에 약할까?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먼은 그의 책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에서 사회적 연결이 인간의 기본 욕구 라고 주장한다. 그는 연구를 통해 외로움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외로움은 실제로 뇌가 아프다고 인식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 로빈 던바 교수는 '혼자 있는 시간의 질이 삶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뇌는 약 150명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진정한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관계 몇 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혼자 있는 것'을 부정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뇌과학은 우리가 왜 외로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뇌는 관계를 원하지만, 때로는 내면과의 관계가 그보다 더 중요한 연결일 수 있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해, 하지만 외로운 건 싫어. 이 말은 모순이 아니라, 아주 정확한 감정이다. 우리는 연결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나만의 공간을 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보듬고,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다. 책 한 권,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조용한 음악,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외로움과는 다른 깊이의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그건 외롭지 않은 혼자 있음, 다시 말해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순간이다.
진해 벚꽃의 숨겨진 역사, 알고 보면 일본의 문화 침략?
일본의 국화는 벚꽃이다. 정확히는 법으로 정해지거나 공표되진 않았지만 일본은 관습적으로 벚꽃(사쿠라)을 국화로 여긴다.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를 거치며 한국에 조성된 대규모 벚꽃길에는
kkondaego.tistory.com
비밀은 뇌를 병들게 한다 – 신경과학으로 본 충격 결과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이야기는 너와 나 둘만 아는 비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는 상징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틀
kkondaeg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