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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왜 그렇게 아프게 말했을까

by 꼰대가랬숑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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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왜 그렇게 아프게 말했을까

 

 

말보다 오래 남는 상처,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말이 더 아플까?
그때의 말, 그리고 지금의 후회.
말의 회복력과 사과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말이 남기는 상처는 오래간다


어떤 기억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그중에서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는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차라리 잊고 싶은데,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공기, 말투, 표정까지 선명하게 떠오른다.
“도대체 그때 왜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되묻고 또 되묻게 된다.

상처는 육체보다 말에서 더 오래 남는 법이다.
말은 보이지 않지만, 내면을 흔드는 파장을 만들어낸다. 감정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는 [Emotional Agility]에서 “감정은 몸에 새겨진 언어 없는 기억이다”라고 했다. 말이 직접 상처를 낸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통해 느껴진 거절, 무시, 배신 같은 감정이 우리 안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사소한 한마디에 그렇게 무너졌던 날이 있다.
“너는 항상 왜 그래?”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해?”
“그냥 좀 넘겨. 왜 매번 감정적으로 굴어?”
이런 말들은 사실 상대방에게는 별것 아닌 투정일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그 말이 나의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말은 그날의 기분이 나빴던 탓에, 어떤 말은 정말 의도하지 않았는데 튀어나왔고, 또 어떤 말은 솔직함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처럼 뱉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말이라는 칼날을 들이대곤 한다. 미안한 마음은 늘 나중에야 따라오지만, 이미 던져진 말은 회수가 안 된다.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이 더 아프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은 메시지이자 관계이다.
우리는 말로 의미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표현한다.”

 

그러니까 결국, 그 말이 아팠던 이유는 그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멀고 불편한 사람에게 받은 말은 어쩌면 무시하면 그만인데,
내가 사랑했던 사람, 믿었던 사람, 기대했던 사람의 말은 감정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때 그 말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에게 받았던 실망과 슬픔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기억나지 않는 내 말이, 누군가에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내 기분이 나빠서, 내 입장을 말하고 싶어서, 또는 솔직해지고 싶어서 던진 말이 상대의 마음에 그렇게 오래도록 남을 줄은.
‘아프게 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이, ‘상처가 없었다’는 뜻이 되진 않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말은 공기 중에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사람 안에 눌어붙어 평생을 흔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말이 "그때 그 한마디"로 기억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후회라는 이름으로 그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아프게 말할까


우리는 대체 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줄까?

멀고 불편한 사람에게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다.
억지 미소도 짓고, 생각하고 말하고, 다듬는다.
그런데 정작 가족, 연인, 친구처럼 가장 가깝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말을 정제하지 않는다.
화를 내고, 비꼬고, 때로는 치명적인 말까지 내뱉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가까우니까 말한 거야.”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는 방심한다.

내 말이 상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이해하겠지.”
“서운했어도 곧 풀리겠지.”
이런 전제가 깔린 채로 말이 오간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상처는 더 깊어지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의 무게는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D.W. Winnicott)
“진짜 자아는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만 드러난다”고 했다.
즉,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때로는 가장 원초적인 나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진짜 나’는 때로는 미성숙하고, 감정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가 많다.

또 하나. 우리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더 실망한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기대는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오래된 친구, 부모나 연인에게는 기대가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길, 이해해 주길, 먼저 배려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우리는 실망하고, 그 감정을 말로 푼다.

"나도 지쳤어."
"항상 나만 맞춰야 해?"
"넌 왜 그렇게 나한테 무관심해?"

이런 말들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그 안에는 서운함, 외로움, 기대의 무너짐이 섞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기보다는, 그저 아픈 말로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

수잔 데이비드 박사
"감정을 회피하거나 숨기는 사람일수록, 언젠가 그것을 폭발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 폭발은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일어나기 쉽고,
그 감정은 ‘말’이라는 형태로 상대를 찌르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그 말로 나를 알아봐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정말 미워서가 아니라,
“나 좀 봐줘”
“나 힘들어”
“나도 상처받았어”
라는 외침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다.
말은 칼이기도 하고, 손이기도 하다.
건네는 말이 칼처럼 되면,
아무리 사랑해도, 그 사랑은 상처로만 기억된다.

 

 

 

 

말의 회복력, 늦지 않은 사과의 힘


시간이 지나면 상처도 옅어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말이 남긴 상처는, 시간이 아니라 사과와 이해로만 회복된다.

한때 무심코 던졌던 말,
상처를 의도하지 않았던 표현,
사랑해서 했지만 그 사람에게는 아팠던 말.
이 모든 것은 관계 속에 침전처럼 쌓인다.
그리고 아무 일 없는 척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도, 서로의 감정은 서서히 멀어진다.

그런데 정말 다행인 건,
말로 다친 마음은, 말로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내가 미안했어.”
“그 말,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아팠겠구나.”
“내가 잘 몰랐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이 짧은 몇 마디는 상처를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상처 위에 이해와 회복의 붕대를 감을 수 있다.

사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사실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과가 진심인지이다.

늦은 사과라도, 그 안에 감정이 담겨 있다면,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과는 상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용기 있는 태도다.

가끔은, 내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감정에 휘둘렸고,
상대에게 너무 익숙해서 방심했고,
혹은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불안을 상대에게 쏟아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도 사과해도 좋다.
“그때 나는 참 부족했구나.”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말로 상처를 주는 방식밖에 몰랐구나.”

그런 자각이 있어야 우리는 다음부터 조금 더 조심할 수 있고,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은 결국 습관이다.
상대가 누구든, 평소에 어떤 언어로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그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말로 상처 주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과는 관계를 되돌리려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진심’이다.
그러니 너무 늦었다고, 지금은 어색하다고, 그 마음을 묻어두지 않았으면 한다.

그때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면,
그 말 위에 다시 말을 얹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 한마디로도 우리는 다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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